회사에 다닐 때 나는 '이게 과연 내 일이 맞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역할, 정해진 방식 속에서
점점 내 삶은 ‘일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어갔다.
그렇게 5년을 버티다, 어느 날 불쑥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그 일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준 위에서 고른 선택이었다.
오늘은 퇴사 후 1년을 돌아보며,
내가 직업을 고르는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연봉'보다 '리듬'이 중요해졌다
예전의 나는 연봉표를 기준 삼아 직업을 골랐다.
얼마나 버는지, 연차별 상승률은 어떤지, 복지는 괜찮은지.
숫자로 표현되는 안정감이 곧 직업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믿었다.
물론 그 기준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퇴사 후, 잠깐의 공백기를 겪으며 그 기준은 나에게 더 이상 1순위가 아니게 됐다.
퇴사 이후 나는 오히려 하루의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으로 느꼈다.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는 늦잠을 자고, 밤새 유튜브를 보다 잠들고,
일정이 없는 하루에 허둥지둥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다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하고,
저녁이면 스스로 하루를 정리하는 리듬을 만들자
비로소 내 정신도, 감정도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내가 다시 직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내가 좋아하는 일상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가’였다.
야근이 많거나, 주말까지 침범하는 일정은 과감히 배제했고,
업무 강도가 조금 낮더라도 하루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시했다.
그 결과 수입은 예전보다 조금 줄었지만,
매일 내 컨디션에 맞게 흐르는 하루 덕분에
스트레스는 눈에 띄게 줄었고,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
돈보다 시간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퇴사 후 처음 알게 되었다.
'브랜드'보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본다
이전에는 이름 있는 기업, 누가 들어도 알아주는 곳에 들어가는 게 중요했다.
명함에 박힌 로고, 회사 앞에 줄 서 있는 택시들,
소개할 때 반응이 오는 회사명.
그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의 나는
점점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잃어가고 있었다.
퇴사 후 1년 동안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어떤 일에 몰입하고, 어떤 상황에 예민하고, 어떤 순간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놀랍게도, 회사명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있는 직업이
오히려 내 안에서 더 오랫동안 의미로 남았다.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나는 ‘이 일을 통해 내가 어떤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가’ ‘이 조직은 배움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봤다.
이전보다 연봉이 낮고, 누군가는 생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분야였지만
매일 조금씩 내가 새로워진다는 감각이 들었고,
그 감각이 나에게는 예전의 급여명세서보다 훨씬 큰 보상이었다.
브랜드는 타인의 시선에 머물지만,
성장은 내 안에 남는다.
그 차이를 퇴사 후 처음 실감하게 되었다.
'괜찮은 회사'보다 '견딜 수 있는 인간관계'
직업은 결국 ‘일’보다 ‘사람’과의 싸움이라는 걸
회사 생활을 하며 절실히 느꼈다.
일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해도
같이 웃으며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해낼 수 있다.
반대로 일이 아무리 쉬워도
매일 말 걸기 껄끄러운 상사, 회의 중에 눈치 줘야 하는 팀원이 있으면
회사 문을 열기 전부터 마음이 무너진다.
퇴사 후 1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같은 시기에 퇴사했던 친구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들,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까지.
그 대화를 통해 깨달은 건
직업을 고를 때 가장 현실적인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가’였다.
그래서 새로 고른 직장은
연봉이나 복지보다 ‘조직 분위기’를 먼저 살폈다.
면접에서도 의도적으로 함께 일할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요청했고,
작은 눈빛과 말투 하나에도 집중했다.
직무만으로는 다 알 수 없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을 느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 결과, 예전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덜 ‘간지나는’ 회사일지 몰라도
나는 매일 아침 출근이 부담되지 않는다.
회사란 결국 사람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고,
그 안에서 내가 편안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어야
일도 오래, 건강하게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퇴사 전에는 몰랐다.
‘직업을 고른다’는 게 단순히 연봉, 복지, 직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 안에는 하루의 흐름, 나의 성장,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퇴사 후 1년.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선택했고,
그 선택은 더 이상 타인을 위한 ‘증명’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지지’가 되었다.
혹시 지금,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있다면
내가 진짜 원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직업이 아니라,
내가 ‘견딜 수 있고, 살아갈 수 있고, 계속하고 싶은’ 일을 고르는 것.
그게 결국, 가장 오래 가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