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를 하며 우리는 ‘자기소개서’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경험을 정리하고, 키워드를 찾아내고, 기업에 맞는 문장으로 가다듬는다.
하지만 채용 담당자나 면접관 입장에서 보면,
자소서는 ‘면접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티켓’일 뿐
그 이상의 결정적인 요인은 따로 있다.
나는 직접 HR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면접관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채용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취준생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이야기다.
서류는 통과의 조건일 뿐, 중요한 건 ‘태도와 분위기’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소서는 필터링 도구다.
즉, 지원자가 어떤 맥락의 경험을 했는지,
지원 동기가 명확한지, 문장을 제대로 쓸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1차 수단일 뿐이다.
자소서 자체의 내용보다는, ‘이 사람이 인터뷰로 들어올 만한 기본 역량이 되는가’를 가르는 데 집중한다.
면접에서는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서류에 쓴 경험이 실제인지, 어떤 태도로 풀어내는지를 면밀히 본다.
HR담당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자소서에 뭐가 적혀 있는지는 인터뷰 전에 한 번 훑고 끝나요.
면접에 들어오면 바로 분위기와 태도에 집중하죠.
말을 잘 못해도 괜찮아요.
근데 태도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가 느껴지지 않으면 탈락이에요.”
그가 강조한 건 명확했다.
단정한 태도, 경청하는 자세, 적절한 긴장감, 그리고 솔직함.
이 네 가지가 면접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고 이해하고 함께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답변 내용보다 중요한 건 ‘이해력과 대화력’
지인 B는 중견기업에서 3년 동안 면접관으로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는 “지원자의 논리력보다 중요한 건, ‘대화가 되는 사람인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지원자는 말을 너무 잘해요. 포장도 잘 하고, 스토리도 잘 만들고.
근데 막상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질문이랑 엇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이 사람은 상대방 말을 잘 듣지 않는구나’ 하고 판단하죠.”
그가 말한 건 질문을 듣고 핵심을 이해한 뒤, 그것에 맞게 답변하는 능력이다.
면접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자기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적절히 설명하고, 때로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면접관들이 평가하는 ‘대화력’은
그 사람이 업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업무 상황에서도 협업, 보고, 피드백이 중요한데,
그것은 모두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능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역량보다 ‘태도와 잠재력’을 본다
많은 취준생들이 ‘내가 이 분야에 경험이 없어서 불리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경험’ 그 자체보다
그 사람이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협업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력자 채용이 아닌 이상, 신입에게 완벽한 역량을 기대하지 않아요.
오히려 ‘어설픈 전문가’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더 위험하죠.
우린 같이 일하며 배울 사람,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사람,
무언가에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해요.”
그는 실제로도, ‘경험은 부족하지만 태도가 매우 긍정적인 지원자’를
최종 합격시킨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원자는 매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며,
모르는 부분은 겸손하게 인정하고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회사에서 오래 가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는 그의 말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또한 그는 “태도란 건 가르치기 어렵다”고 했다.
지식은 교육과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타인을 존중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에서 오기 때문에
면접에서 진짜로 보는 건 사람 자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직마다 다른 기준, 그러나 공통적으로 보는 것은 있다
물론 모든 회사가 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건 아니다.
스타트업은 유연성과 실행력을 더 보기도 하고,
대기업은 조직 적응력과 보고체계를 따르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공공기관은 절차에 대한 이해, 책임감, 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공통적으로 보는 것은 있다.
그것은 바로 신뢰감이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당장 업무에 뛰어들 수 있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겠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신뢰감은 외모나 화려한 경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말투, 눈빛, 태도, 작은 행동 하나에서 전달된다.
면접은 더 이상 ‘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정제된 문장보다는 상대의 질문을 이해하고, 내 방식대로 솔직하게 대답할 줄 아는 사람,
스펙보다는 협업할 수 있는 태도와 잠재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자소서는 ‘면접의 문을 열 수 있는 키’일 뿐이고,
그 문을 지나 실제로 합격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 냄새 나는 태도와 반응을 가진 사람이다.
다음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제는 말투를 다듬기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 어떤 스타일인지,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내 안에 얼마나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면접관이 진짜로 보고 있는 부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