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돈이 안 돼서 못하겠어요.”
“그래도 월급이 나오니까 참죠.”
직업을 선택할 때, 우리는 늘 돈과 열정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의 간극.
그 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자신을 타협하고, 설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이 자꾸 따라붙었다.
“돈이 되지 않아도, 무급으로라도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번 글은 바로 그 고민의 기록이다. 돈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였던 일들,
반대로 돈은 되지만 하기 싫었던 일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선택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돈이 안돼도 하고 싶은 일은 진짜 ‘내 것’일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이 일을 지금 당장 무급으로라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두 가지 반응을 동시에 느꼈다.
하나는 현실적인 두려움.
그리고 또 하나는 묘한 설렘.
돈이 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건 아마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성과를 강요당하는 것도 아닌,
오롯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그런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감정을 글쓰기에서 느꼈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기 전부터, 나는 늘 뭔가를 쓰고 있었다.
블로그, 노트, 메모앱, 심지어 이메일 초안에라도.
돈이 되지 않아도 매일같이 뭔가를 써내려가는 이유는,
글이야말로 내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글쓰기만 하며 살 수는 없었다.
현실은 돈이 필요했고, 생계를 위한 선택은 따로 존재했다.
하지만 글은 ‘직업이 아니라도 계속할 수 있는 일’로 내 안에 남아 있었고,
그건 어느 순간부터 정체성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돈은 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반대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해본 적도 있다.
고정적인 월급, 명확한 업무 범위, 나쁘지 않은 동료 관계.
모든 것이 무난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매일 아침이 무거웠다.
일을 할수록 내 안에 있는 감정은 점점 비워졌다.
잘하고는 있지만, 그 일이 나에게 아무 의미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서히 내 에너지를 앗아갔다.
회사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 프로젝트를 끝내도,
칭찬과 보상이 있어도,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돈은 벌지만, 나로서 사는 느낌이 없다’는 감각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로 만들었다.
결국 나는 그 일을 그만뒀다.
다들 말렸다. “그 안정적인 직장을 왜 나가?”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일을 계속하는 한, 나는 나를 잃게 될 거라는 걸.
현실과 이상 사이, 나는 이렇게 선택했다
모든 선택이 극단일 필요는 없다.
돈 되는 일만 하며 살 수도 없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도 없다.
현실과 열정의 경계선 위에서 나는 조금씩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생계를 위한 일은 ‘에너지를 완전히 고갈시키지 않는 일’로 선택했다.
완벽하게 재미있진 않더라도,
지속 가능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일정이면 만족했다.
그 대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의무가 아닌 습관’으로 만들었다.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작게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일들.
놀랍게도, 이렇게 꾸준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자
그 일이 언젠가 기회로 이어졌다.
내가 쓰던 글을 읽은 사람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 프로젝트는 나의 ‘사이드잡’이 되었으며,
지금은 본업과 병행할 수 있는 수입원이 되었다.
결국 무급으로라도 할 수 있었던 그 일이
조금씩 나의 직업 영역을 넓혀준 것이다.
“돈이 안 돼도 계속하고 싶은 일,
그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일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돈이 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인생에서 진짜 오래 남는 건
‘돈이 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내가 나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무조건 퇴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지금도 현실적인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틈틈이 ‘나다운 일’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그 일이 언젠가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돈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있다면,
완전히 놓지 말고 아주 작게라도 연결을 이어보길 바란다.
하루 10분, 일주일에 한 번.
그 작은 연결이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